2차덕질계
연재분 직면(4) 간략감상 본문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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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로 이루어진 어두운 세계에서 두 아이가 각성을 이루었다. 하나는 희생을 받아먹고, 하나는 희생 없이. 린린과 바람이가 교차되는 모습이 짠했다.
린린의 각성이 샤오린이 희생하는 순간이라는 점도 참 복잡하다. 샤오린은 가장 린린을 아끼고 사랑한다고 자처했지만 사실은 린린에게 가장 가깝고도 잔인한 타자였다. 정말 끝까지 자기만족 뿐. 살아서 끝까지 린린을 받쳐주고 자기 잘못을 용서받을 생각없이 멋대로 자기 목숨을 버려서 도망쳤다. 샤오린의 희생을 린린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전부 잃었다고 생각한 순간에서야 린린은 자신 밑바닥의 두려움, 소망을 맨얼굴로 들여다보았다. 아마 그동안은 샤오린이 좋은 오빠 역할을 하느라 그 대면을 막고 있었겠지. 린린 넌 생각하지 말아라, 괴로운 기억은 잊어라, 내가 다 해 주마, 라고. 가장 의지하고 사랑했던 존재가 가장 넘을 수 없는 큰 벽이었던 시간들.
그 오빠를 잃는 동시에 린린은 자신을 발견하고, 분노와 증오를 다스렸으며, 그리고 이제 앞으로 평생 죄책감과 함께 가겠지. 그게 또 린린의 대가다. 샤오린이 무지했다고 해서 린린 또한 무고했던 건 아니니까. 샤오린의 희생과 백호 각성은 린린에게 있어 보상이나 새로운 탄생이 아니다. 이제 린린은 샤오린이란 필터 없이 자기 스스로 업보를 들여다보며 살게 될 것이다. 오로지 자기 혼자서.
바람이의 각성은 그와 대조적이다. 원래 잠재되어 있던 힘이고 될놈될이란 가정을 일단 두고. 린린 못지않은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안보현이 가두어두었던 독 안에서 헤매던 강바람도 린린과 다름없는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처음 갇혔을 때 어머니란 희생으로 살아남은 바람이는, 두번째 갇혔을 때는 시문의 손을 잡고 삶으로 나온다. 그리고 두번째 탄생에서 강바람은 희생당한 모성이나 거부하는 부성 대신 이시문의 질서에 편입된 것이다.
이시문의 질서는 말하자면 이 모질고 잔인한 업보를 끊는 길. 귀신과 경찰이라는 이 대립항은 어떻게 성립되는 걸까. 원한과 분노로 이루어진 귀신이란 존재는 사적인 복수를 요구한다. 그러나 법과 경찰제도는 형벌집행을 제도에 귀속시켜서 원한의 연쇄를 봉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 무한한 업보와 고통의 연쇄는 어디선가 끊겨야 한다. 그 사이에 변칙적인 존재인 이시문이 있다.
이시문 자체가 법질서도 아니고 강제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의 위치는 제도적인 경찰제에 있되, 그 대상이 되는 무속계와 의사소통 방식은 강력한 힘이다. 힘이 있기에 정의를 관철할 수 있다. 모순과 결점투성이인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세계지. 그가 그 강력한 힘으로 자신이 믿는 정의를 밀어붙일 수 있는 명분은 오로지 그의 내적인 선함과 정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 뿐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선 이시문 역시 김권이나 소모스하고 하나 다를 바 없는 존재일 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토록 가차없는 세상의 업보를 확인할 때마다 불안한 것이다. 대체 그럼 이시문이 치를 대가는 무엇이란 말인가..... 시문은 그 엄청난 능력을 무엇을 대가로 하여 얻어냈는지 모른다. 모른다는 것이 그의 힘이자 가장 큰 약점. 그가 모르는 진실 속에 그가 믿는 이 세상을 통째로 뒤집을 만한 더러운 것이 숨어있다면. 그때 그는 린린이나 김권이나 보현처럼 증오와 분노에 휩쓸리지 않고 순순히 대가를 내주며 자신이 지켜온 정의를 고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잔인한 업보를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끊고 모든 대가를 치른 후 사적인 복수도 원한도 꿈꾸지 않고 최후를 맞는다면. 정말로 이름없는 신이 될 수 있을 지도. 상상만으로도 내가 다 죽겠습니다ㅇ<-<
여튼 샤오린 린린 남매 과거편 마지막회와 이번화 마지막 장면 좋았더랬다. 바람이 각성장면이 좀더 자세하게 묘사되었으면 임팩트 있었겠지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선한 의지 / 힘을 갖고 강한 존재가 되겠다는 욕망, 이 둘은 종이 한장 차이인 것을. 린린/샤오린/보현/바람 각각의 입장 차이가 재미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 안보현이 또 살아남은 게 너무 좋아. 진짜 질기고 비루하고 추악한 모습이 그 여자 안의 미친 듯한 욕망과 추한 공허에 어울려서. 다음에 어떤 모습으로 독이 잔뜩 올라 나타날지 완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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